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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양치할 때마다 잇몸에서 피가 나고 붓는 증상이 반복됐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넘겼지만, 점점 잇몸이 예민해지고 음식을 씹을 때도 불편함을 느끼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잇몸 관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구강 건강이 생각보다 우리 몸 전체에 더 깊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데도 무심히 지나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치주질환은 단지 구강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성 염증 질환입니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조기 출산, 심지어 치매와의 관련성까지 밝혀지면서, 지금 이 순간 방치된 잇몸 염증이 우리 몸 전체에 어떤 경고를 보내고 있는지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입니다. 최신 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치주질환과 전신 건강의 연결, 예방법, 그리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잇몸 관리 전략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치주질환, 단순한 잇몸병이 아니다
치주질환(Periodontal disease)은 흔히 ‘잇몸병’이라 불리며 치은염에서 시작해 치주염으로 진행되는 만성 염증 질환입니다.
그 시작은 치아 주변에 쌓인 치태와 치석입니다. 이들이 방치되면 세균이 잇몸과 치아 사이 공간(치주 포켓)에 침투하면서 잇몸의 붓기, 출혈, 통증은 물론, 치조골(치아를 지지하는 뼈)까지 손상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잇몸에 국한된 염증이 지속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 박테리아 독소 등이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지게 되며 우리 몸 곳곳의 건강을 위협하는 만성 전신 염증 상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 여러 연구에 따르면, 치주질환은 구강 문제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전신 질환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 심혈관질환
- 당뇨병
- 폐 질환
- 류머티즘 관절염
- 알츠하이머성 치매
- 조산 및 저체중 출산
이는 특히 고령 인구나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더욱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잇몸이 아프다”는 말이 “몸이 아프다”는 신호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치주질환이 전신 질환에 미치는 5가지 영향
1. 심혈관질환의 위험 증가
잇몸 염증에서 분비된 염증 유발 물질이 혈관 내피를 손상시키고, 혈관 내 플라크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국심장학회(AHA)는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 위험이 1.5~2배 높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2. 당뇨병과의 양방향 악순환
치주염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반대로 당뇨병 환자는 혈관 및 면역 기능 저하로 인해 치주질환에 더 취약합니다. 즉, 두 질환은 서로를 악화시키는 관계이며, 치주질환을 개선하면 혈당 수치도 호전될 수 있습니다.
3. 알츠하이머와의 연관성
최근 연구에서 치주병 원인균(P. gingivalis)이 뇌에서 발견된 사례들이 보고되며,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신경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추정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만성 치주염이 60대 이후 인지 기능 저하와도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구강 건강이 곧 두뇌 건강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4. 폐 질환 및 천식 악화
입 속 박테리아가 침을 통해 폐로 흡입되면 폐렴, 만성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 유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고령자나 호흡기 질환 이력이 있는 경우, 구강 내 세균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5. 임신 중 조산 및 저체중 출산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임신부는 조산 및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2~3배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임신 중 염증성 물질이 자궁 수축을 유도하고 태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잇몸 건강을 돕는 영양제 및 진행 시 대응 방법
1. 잇몸 회복을 위한 영양 보충
- 코엔자임 Q10(CoQ10): 잇몸 조직의 에너지 대사를 돕고, 염증 억제 효과가 있는 대표 성분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코엔자임 Q10을 60~120mg/일 복용했을 때 잇몸 출혈과 통증 감소에 긍정적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 비타민 C: 콜라겐 합성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잇몸 조직 재생을 지원합니다. 특히 비타민 C 결핍은 잇몸 출혈과 치은염을 유발할 수 있어, 500mg/일 수준의 꾸준한 보충이 권장됩니다.
- 오메가-3 지방산: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치주염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아르기닌/징크: 혈류 개선과 조직 재생을 지원하며, 세균 억제 효과도 있어 구강 건강에 긍정적입니다.
2. 잇몸이 내려앉거나 진행된 경우 실천 전략
- 치과에서 치주조직 검사(치주 포켓 측정)를 통해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일 순위입니다.
- 스케일링을 넘어선 '치근 활택술 (Root Planing)' 또는 국소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 치근 활택술: 잇몸 안쪽에 숨어 있는 치석과 세균막을 제거한 후, 치근(치아 뿌리 표면)을 부드럽고 매끄럽게 다듬는 시술 입니 다. 이는 일반적인 스케일링보다 더 깊은 부위(잇몸 아래 치주낭)까지 접근하기 때문에, 치주염(잇몸병)이 진행된 경우에 주로 시행합니다.)
- 치조골 손상이 진행된 경우, 잇몸 이식 수술이나 재생 치료를 통해 기능 회복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 무엇보다도 이 시기에는 칫솔질의 강도와 방향, 도구 선택이 매우 중요합니다. 부드러운 칫솔, 무불소 또는 약산성 치약을 사용하고, 구강세정제를 무분별하게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잇몸 건강은 회복도 유지도 쉽지 않기 때문에, 조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미 내려앉은 잇몸이 있다면, 식이조절과 영양 보충, 전문 치료를 병행해야 더 이상의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구강 건강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치주질환 예방이 전신 건강의 출발점
잇몸 건강은 단순히 치아를 지키는 것을 넘어, 전신 건강을 유지하는 근본이 됩니다. 다음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치주질환 예방 및 관리 전략입니다.
✔ 정기적 스케일링: 최소 6개월마다 치석 제거를 통해 염증 유발 요인 사전 차단
✔ 부드러운 칫솔질: 잇몸과 치아 경계 부위를 45도 각도로 부드럽게, 하루 2회 이상
✔ 치실과 구강세정기 활용: 칫솔로 닿기 어려운 부위까지 청결하게
✔ 흡연, 음주 줄이기: 치주염 악화 주요 요인 제거
✔ 잇몸 출혈 무시하지 않기: 지속적 출혈은 병원 검진 필요 신호
✔ 당뇨·심혈관 질환 환자는 치과 정기검진 필수: 전신 질환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사전 대응
건강한 삶을 위한 관리는 잇몸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입 속 작은 염증이 우리 몸에 보내는 경고를 놓치지 마세요.
오늘의 양치와 관리가, 내일의 심장과 뇌를 지켜주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