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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혈당을 낮춘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왜, 어떤 원리로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궁금한 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특히 근력운동을 할 때 분비되는 ‘마이오카인’이라는 호르몬은 단순히 혈당을 조절하는 것을 넘어서,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만능 조절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운동 중 혈당이 낮아지는 과학적 원리와 함께, 근육이 분비하는 마이오카인이 어떻게 대사 건강, 면역력, 심지어 정신 건강까지 변화시키는지를 자세히 다루고자 합니다. 운동이 단순한 체중 감량 도구가 아니라 ‘약’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되실 겁니다.
운동이 혈당을 낮추는 이유, 알고 계셨나요?
‘운동은 혈당을 낮춘다’는 말은 이제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 안에는 매우 정교한 생리학적 메커니즘이 숨어 있습니다. 운동 중 우리 몸은 근육이 움직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이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바로 혈액 속 ‘포도당’입니다. 운동을 시작하면 근육은 혈액에서 포도당을 흡수하여 에너지로 전환합니다. 이 과정은 인슐린의 도움 없이도 진행될 수 있는데, 이를 ‘운동 유도 포도당 섭취 경로’라고 부릅니다. 즉, 운동은 인슐린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예: 제2형 당뇨 환자)에게도 혈당 조절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자연적인 방법인 셈입니다. 운동을 통해 혈당이 낮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인슐린 감수성의 향상입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및 근력운동은 세포가 인슐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어,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도 더 많은 포도당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운동 직후 24~48시간 동안은 인슐린 감수성이 극대화되며, 혈당이 평소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더불어 운동은 간에서 포도당을 새로 생성하는 ‘당신생(gluconeogenesis)’을 조절해, 혈당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작용도 합니다. 결국 운동은 우리 몸의 혈당 조절 시스템 전반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하나의 강력한 조율 도구인 것입니다. 이러한 생리학적 변화는 운동의 종류, 강도, 시간에 따라 다르며, 특히 근력운동은 단순한 혈당 조절을 넘어 호르몬 대사와 근육 내 미세한 생물학적 환경 자체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육이 분비하는 만능 호르몬, 마이오카인의 힘
운동, 특히 근력운동(웨이트 트레이닝)은 단지 근육을 키우는 것 이상으로 우리 몸에 이로운 효과를 줍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운동 유도성 호르몬이 있습니다.
1. 마이오카인이란 무엇인가?
마이오카인은 운동 중 근육에서 생성·분비되는 생리활성 물질로, 대표적인 것에는 IL-6, IL-15, 브레인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이리신(Irisin)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며, 신진대사, 면역 조절, 항염 작용, 심혈관 보호, 심지어 인지 기능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내분비 물질’입니다.
2. 혈당과 인슐린 감수성에 미치는 영향
특히 IL-6는 운동 직후 급격히 증가하여 간의 포도당 생산을 억제하고, 말초 조직에서 포도당 흡수를 촉진합니다. BDNF는 뇌와 말초 인슐린 수용체를 자극해 포도당 대사를 돕고, 이리신은 백색 지방을 갈색 지방처럼 바꾸어 대사율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3. 대사증후군·당뇨·비만 예방
마이오카인은 지방세포의 염증을 억제하고, 지방의 축적을 방지하여 대사증후군과 비만을 억제하는 데 기여합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규칙적인 근력운동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공복 혈당을 낮추는 데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4. 면역과 뇌 기능, 감정에도 영향
운동을 통해 분비되는 BDNF는 학습 능력과 기억력 증진, 우울증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있어 마이오카인은 ‘근육에서 나오는 항우울제’ 역할도 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5. 마이오카인을 늘리려면?
- 주 3회 이상의 근력운동: 스쿼트, 런지, 데드리프트, 플랭크 등 전신 활용
- 세트 수보다 ‘규칙성과 반복성’이 중요
- 운동 후 단백질 섭취: 근육 회복과 호르몬 분비 촉진
- 최소 30분 이상, 중강도 이상의 자극이 있어야 효과적
실제로 2023년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운동 후 분비된 마이오카인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공복 혈당을 약 20% 낮추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약물 없이도 생활습관만으로도 대사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입니다. 결론적으로, 마이오카인은 우리 몸의 대사 센터를 재정비하고, 면역력과 정신 건강까지 영향을 미치는 ‘근육이 만드는 천연 약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육은 혈당을 소비하고, 호르몬을 분비한다
운동은 단순한 체중 감량 수단이 아니라, 우리 몸의 대사 시스템을 재설정하는 복합적인 도구입니다. 그중에서도 혈당을 조절하고, 대사 건강을 유지하며, 전신에 영향을 주는 근육과 그에 따른 마이오카인의 역할은 단순한 피트니스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는 종종 건강을 위해 “뭘 먹을까”에만 집중하지만, 정작 “얼마나 움직이고 있는가”는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단 20분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당신의 근육은 땀과 함께 면역 조절물질, 항염 호르몬, 인지기능 보조 물질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입니다. 약 대신 움직임, 피로 대신 활력. 당신의 근육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이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가기를 돕고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 움직여 보세요. 운동은 곧 혈당을 낮추는 가장 따뜻한 처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