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면 유독 잘 빠지지 않는 살이 있습니다. 바로 복부 지방, 특히 내장지방입니다. 팔이나 다리는 그다지 살이 찌지 않는데, 배는 점점 나오고 허리는 두꺼워집니다. 식사량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이처럼 중년의 뱃살은 단순한 과식이나 운동 부족이 아니라, 몸 속 호르몬 불균형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1. 코르티솔 – 만성 스트레스가 만든 복부 비만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본래는 신체가 위험 상황에 대응하도록 에너지를 동원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코르티솔이 높게 유지되면, 그 긍정적인 작용은 복부 중심의 지방 축적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로 바뀌게 됩니다.
특히 코르티솔은 내장지방 세포에 더 민감하게 작용하며, 체내 에너지를 지방 형태로 저장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단지 체형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심혈관 질환, 당뇨, 고혈압 등의 위험 인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코르티솔이 단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주요 호르몬들인 인슐린, 성장호르몬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내장지방의 생성과 분해, 저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2. 인슐린 – 지방을 저장하게 만드는 혈당 관리자
인슐린은 혈당을 세포 안으로 운반하는 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하지만 인슐린이 자주, 많이 분비되면 세포는 점점 인슐린에 둔감해지며,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혈당은 계속 높게 유지되고, 그 결과 과도한 인슐린 분비가 반복되며, 몸은 남은 에너지를 지방 형태로 저장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저장 장소는 특히 복부 내장지방입니다.
코르티솔은 이 인슐린 작용에도 영향을 줍니다. 코르티솔 수치가 높을수록 인슐린 감수성은 낮아지고, 지방 저장 작용은 강화됩니다.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인슐린 기능은 흐트러지고, 그만큼 내장지방은 더 쉽게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3. 성장호르몬(GH) – 지방을 분해하는 야간의 조력자
성장호르몬은 주로 수면 중에 분비되며, 지방을 분해하고 근육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특히 내장지방 감량에 중요한 호르몬 중 하나로, 중년 이후에는 이 호르몬의 분비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코르티솔이 이 성장호르몬의 분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즉, 코르티솔 수치가 높으면 GH 분비는 억제되고, 지방 분해 능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성장호르몬은 깊은 수면(3단계 비REM 수면) 동안 가장 많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이 높으면 수면의 질이 저하되며 성장호르몬의 분비 타이밍도 무너지게 됩니다.
결국, 코르티솔이 높아질수록 1) 지방은 더 잘 저장되고, 2) 인슐린 기능은 망가지며, 3) 지방 분해 기능은 약화되는, 이중삼중의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왜 뱃살이 쉽게 찌고, 잘 빠지지 않는가?
내장지방이 쉽게 쌓이고, 빼기는 어려운 이유는 이처럼 코르티솔, 인슐린, 성장호르몬이라는 호르몬 삼각 구조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 스트레스 → 코르티솔 증가
▶ 코르티솔 증가 → 인슐린 감수성 저하 + GH 억제
▶ GH 억제 → 지방 분해 능력 저하
▶ 결과: 지방 저장은 강화되고, 분해는 약화됨 → 내장지방 증가
마무리 – 뱃살을 줄이고 싶다면 호르몬 흐름부터 이해해야 한다
중년의 뱃살은 단순히 식사량이나 운동량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몸속 호르몬들이 ‘지방을 저장하라’고 명령하는 생리적 구조에 있습니다.
코르티솔, 인슐린, 성장호르몬. 이 세 가지 호르몬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지방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쌓이기 시작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